신설동에서 일할때 일주일에 한번은 왔던 경양식 돈까스 집이다.
최근 이동네로 다시 이사와서 오랜만에 다녀왔다.
신설동역 1번출구와 가까운 위치. 한 자리에서 아주 오래 영업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매장 외관.
돈까스가 좋아하는 음식 탑5안에 들면서도 그 중에 가장 접하기 쉬운 메뉴라 엄청 자주 먹는 편인것 같다.
성격상 한 군데 단골식당만 가는 편이 아니고, 밥때가 되면 항상 돈까스 맛집을 검색하고 걸어갈 만 하다 싶으면 간다.
요즘에는 돈가스 맛집이라는데는 거의 다가 연돈st의 일본식 돈가츠인데..
여기는 아직 내가 어렸을 때 자주 먹던 경양식 돈까스를 고수하고 있다.
식당에 들어가 앉으면 보이는 풍경은 세월이 흐른 가구들과 벽,
주방엔 곰돌이 그 자체이신 사장님이 조리를 담당하시고,
어머님으로 보이는 분께서 주문을 받으시며 경양식 돈까스에 빠질 수 없는 스프를 내어주신다.
역 출구가 워낙 가까워 손님도 항상 몇테이블씩 있다. 그중엔 돈맥하시는 회사원분들도 종종 보인다.
주문 가능한 메뉴는 등심돈까스, 매운돈까스, 카레돈까스 등의 돈까스들 외에도
함박스테이크, 제육덮밥, 오징어 덮밥 등 다양한 식사류도 있다. (배달도 하는데 제외메뉴가 몇 있는 듯.)
나는 멀리 떨어져 있을때도 가끔 생각났던 떡볶이 돈까스를 주문했다.
스프를 1분도 안되서 해치우고 나온 메인 메뉴.
3분할 된 큰 원형접시에 나오는데, 양이 엄청 많다.
솔직히 말하면 메인인 돈까스가 좀 더 컸으면 좋겠는데, 떡볶이랑 샐러드가 엄청 많다.
돈까스 크기는 흔한 왕돈까스는 아니고 딱 정량 1인분인데, 떡이랑 먹으니 양이 배가 터질거 같아서 좀 남겼다..
소스가 뿌려져 나오는 돈까스의 맛은 어릴적이 생각나는 맛..(나도 이제 이런 표현을 쓰는 나이가 됐구나)
고기는 두툼하면서 질기지 않고 튀김옷도 잘 되서 맛있었다.
떡볶이는 밀떡이고, 전에 먹었을 때 감동받았던게 학교앞 분식집스러운 덜 자극적인 맛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 오랜만에 오니 굉장히 빨갛고.. 매웠다. 레시피가 바뀌었는지 ㅠ
유명 떡볶이 프랜차이즈들과 맛은 굉장히 다른 세계 느낌이다. 트렌디보다 확실히 자신의 곤조가 있으신것 같다.
하지만 내 기준에선 좀 자극적이어서 샐러드와 밥을 금방 먹게 됐다.
샐러드는 직접 조합하신 마요네즈 베이스의 소스가 버무려진 콘샐러드와 양배추.
기존에 갔던 다른 경양식 돈까스집 샐러드는 데코수준으로 되게 성의없는 느낌이었는데 여긴 맛있게 먹음.
총평은,
경양식 돈까스가 그립다면, 원단이나 가죽관련 일로 동대문/신설동쪽에 올 일이 있다면 한번 쯤 가볼 만한 식당!
한국 남자들의 소울푸드 돈까스와 여자들의 떡볶이를 아우른 메뉴가 있다. 떡볶이와 돈까스를 같이 파는 곳은 종종 있어도 각각 다른 그릇에 나오더라.
매운걸 싫어하거나 추억맛만 보실 분들은 등심돈까스에 스프 리필해서 드세요!